예수의 일생 55

26. 물을 건너다

* 예수는 볼일이 있어서 나중에 출발하기로 하고, 제자들만 먼저 배를 타고 떠났다. 예수가 일을 마치고 호숫가로 갔더니, 그새 바람이 불고 파도가 일어 배가 뜨지 못했다. 예수는 육로를 택했다. 예수는 이 부근의 지리에 훤했다. 또 예수는 다리 힘이 좋아서 빨리 그리고 멀리 걸었다. 이것은 다 유랑 시절에 몸에 익은 것이다. 예수가 목적지에 도착해 보니 제자들은 여태 오지 않았다. 제자들이 탄 배는 그 시간에 풍랑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예수는 걱정이 되어 선착장으로 나갔다. 뒤늦게 도착한 제자들은 먼저 와있는 예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제자들은 "아니, 바람을 잠재우고 오셨어요?" "물위를 걸어서 오셨어요?"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

예수의 일생 2023.05.12

25. 밥을 먹이다

* 그날 모임이 파하고 보니 어느새 저녁을 먹을 시간이 가까웠다. 참석했던 사람들이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서둘렀다. 예수는 사람들을 불러 도로 자리에 앉혔다. 예수는 제자들을 시켜 급히 밥을 짓도록 했다. 재료(밀가루 반죽과 간을 한 생선)는 마련되어 있었다. 제자들은 일을 분장해 열심히 빵을 굽고 생선을 구웠다. 모두 둘러앉아 즐겁게 식사를 했다. 사람들은 그 많은 인원(쉰 명도 더 되었다)이 먹을 음식을 신속히 차려내는 예수와 제자들의 준비성에 탄복했다. *

예수의 일생 2023.05.11

23. 밀밭

* 약초 채집과 더불어 예수가 여가에 즐기는 소중한 취미는 걷기였다. 예수는 혼자 걷거나 특히 제자들과 무리지어 걷는 것을 좋아했다. 걷다가 눈에 차는 풍경을 만나면 예수는 저절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제자들은 예수의 노래 가락에 장단을 치고 어깨춤을 추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었다. 예수가 무척 행복해 하는 시간이다. 한번은 밀밭길을 가다가 제자 하나가 배가 고팠던지 밀 이삭을 훓어 뜯었다. 예수는 당장에 불같이 화를 냈다. "너희가 무어라고 저들의 것을 함부로 가로채느냐? 너희가 물고기라면 저들은 물이다. 물이 없으면 물고기 같은 것은 없는 줄 알아라." *

예수의 일생 2023.05.11

21. 제자

* 예수와 시몬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시몬은 예수를 데리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부탁했다. 시몬의 배가 뭍에 올라와 묶여 있는 것이 자주 사람들 눈에 띄었다. 착실하던 고기잡이 어부가 사람 낚는 어부가 되었나 보다. 시몬은 동생 안드레아를 데리고 왔다. 안드레아는 친구 요한을 데리고 왔다, 요한은 형 야고보를 데리고 왔다. 그렇게 그렇게 사람들이 예수에게 왔다. * 22. 여자와 아이들 예수는 아이들을 좋아했다. 아이들도 예수를 좋아했다. 예수가 가는 데는 아이들이 졸졸 따라다녔다. 제자들이 아이들을 내쫓으면, 예수는 그러지 못하게 했다. "그 아이들을 그대로 둬라. 장차 세상을 떠맡을 사람들이다." 예수는 여자들을 좋아했다. 여자들도 예수를 좋아했다. 돈이 있는 여자들은 예수의 비용을 부담하고, ..

예수의 일생 2023.05.10

20. 시몬

* 예수는 갈릴래아 호숫가를 어슬렁거리다가 시몬을 만났다. 시몬은 배를 끌어올려 놓고 그물을 손질하던 중이었다. 둘은 이날이 초대면이었다. 예수는 진작에 시몬의 이름을 듣고 있었다. 시몬은 유능한 어부이자 성실한 이웃으로서, 젊은 나이에 불구하고 이 어촌 마을 카파르나움과 인근에서 유지로 행세하고 있었다. 시몬은 물론 예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근래에 예수는 호숫가 주변 마을 일대에서 단연 화제의 인물이었다. 예수는 자기가 품고 있는 절망과 희망을 시몬에게 설명했다. 시몬은 경청했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술집으로 향했다. 술 먹는 취향이 비슷했다. 독주를 안주 없이 급히 마시는 쪽이었다. 주막 창밖에 끼룩끼룩 갈매기가 날아갔다. *

예수의 일생 2023.05.10

19. 예언자는 고향에서 환영 받지 못한다

* 그때 예수는 마을 회당에서 사람들 앞에 나서서 무슨 말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입구 쪽이 시끌시끌했다. 웬 늙은이 하나가 출입문을 막고 서서 소란을 피웠다. 늙은이는 예수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내가 너를 모를 줄 아느냐? 너는 아비 어미를 팽개치고 동생들을 버려두고 외지로 내뺀 놈이 아니냐? 무슨 낯으로 버젓이 돌아와 괜한 소리를 주절거리느냐? 나는 네 놈이 오줌 똥 싸고 코 흘리던 때부터 다 지켜본 사람이다. 나는 너의 과거를 알고 있다. 어디서 감히 나대느냐?" 예수는 앗 뜨거라 싶어서 자리를 떴다. 늙은이는 자꾸만 쫓아왔다. 예수는 도망 가다가 벼랑에서 떨어질 뻔했다. 예수는 마리아와 상의하여 다른 마을로 이사했다. *

예수의 일생 2023.05.09

18. 카나의 혼인 잔치

* 예수는 마리아를 따라 이웃 마을 카나에서 벌어진 잔치집에 갔다. 카나는 마리아의 친정 동네이고, 잔치집은 마리아의 가까운 친척이었다. 그런데 잔치 도중에 술이 동나고 말았다. 손님들은 술렁대고 주인네는 어쩔 줄 몰라했다. 마리아도 덩달아 안절부절 못했다. 마리아는 예수에게 어떻게 좀 해보라고 부탁했다. 마리아는 예수가 객지에서 벌어온 돈으로 주머니가 두둑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예수는 마리아의 오지랖이 못마땅했으나, 잔치집 일꾼들을 시켜 술을 사오도록 했다. 새 술이 도착하자 잔치집은 다시 흥겨워졌다. 사람들은 입에서 퐁퐁 술내음을 풍기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사람들이 예수의 선심을 칭찬했다. 나중에 어떤 사람은 예수가 빈 독에 술을 만들어 내더라고 말했다. 술 취한 사람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던 모양..

예수의 일생 2023.05.08

17. 갈릴래아

* 1. 예수는 갈릴래아 지방을 두루 돌아다녔다. 요한 교단에서 알고 지내던 이들이 귀향해서 곳곳에 살고 있었다. 잠을 자고 밥을 얻어먹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옛 동료들을 만나면 지난 추억을 이야기하고, 지금 살아가는 형편을 이야기하고 , 또 자연스레 나라 정세를 이야기했다. 요한에 대한 얘기도 많이 했다. 감옥에서 고생하고 있을 것에 걱정들을 했다. 이 갈릴래아 지역이 유다의 영역에 합병된 지는 세월이 오래되지 않았다. 갈릴래아인들은 여전히 유다의 방식이 낯설고 불편했다. 이른바 식사 예절만 하더라도 그랬다. 유다인은 식사를 하기 전에 손을 씻고, 식사 중에 웃거나 떠들지 않고, 식사를 마치면 깨끗이 설거지를 한 후에 그릇을 잘 치워둔다고 했다. 갈릴래아인은 달랐다. 갈릴래아인들은 밥을 먹을 때 웃고..

예수의 일생 2023.05.08

16. 나자렛

* 십 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얼마나 그리웠던가? 세상 어디를 다녀도 나자렛만큼 아름다운 고장은 없었다. 펑퍼짐한 뒷동산, 졸졸졸 가늘게 흐르는 개울물, 구불구불 울퉁불퉁한 골목길, 땅에 납작 엎드린 지붕들, 탱자나무 울타리, 저녁밥 짓는 연기···. 동생들은 각기 살림을 차려서 나가고, 마리아가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었다. 마리아는 예수를 붙잡고 한바탕 울음을 쏟았다. 그새 많이 늙어 있었다. 요셉은 세상을 뜨고 없었다. 요셉이 친부가 아니라는 것은 어려서 진작 알았다. 그래서 미워하고 말을 듣지 않았다. 그것이 객지에 나가 있을 동안에도 늘 마음에 걸렸는데··· 아, 불효를 보상해 드리지 못하고 이렇게 생사가 갈리고 말았구나. 가슴이 쓰라렸다. 마리아는 예수가 벌어온 돈으로 땅을..

예수의 일생 2023.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