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일생 55

15. 귀향

* 요한이 붙잡혀 갔다. 권력자의 가정사를 들춰서 비난한 것이 탈이 됐다. 교인들은 헤로데를 가만둘 수 없다고 분개하고 궐기했다. 그러나 이내 시들해졌다. 교인들이 하나둘 교단에서 떠났다. 예수도 진로를 두고 고민했다. 예수는 동향 교우들을 소집하고 장래를 논의했다. 모두들 예수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눈치였다. 결국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며칠 후, 예수를 앞장 세운 일단의 갈릴래아 출신 교인들이 요르단강 연도를 따라 북행 길에 올랐다. 길을 걸으며 예수는 옆 사람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꼭 요르단 강에 몸을 담그고 유다 광야에서 단식을 해야 하느님을 볼까? 내가 마음을 바로하면, 내 집 우물이 요르단 강물이 되고 내 집 마당이 유다 광야가 되지 않겠는가?" * * 헤로데= 갈..

예수의 일생 2023.05.07

14. 광야

* 단식은 요한 교단의 의례였다. 예수는 사막으로 걸어 들어갔다. 낙타 대상들이 다니는 길에서도 꽤 멀어진 곳에 동굴이 있었다. 동굴 안쪽 바위 틈에 물이 스며나왔다. 동굴 속은 낮에는 시원하고 밤에는 따뜻했다. 공복감과 그에 따른 식욕으로 며칠 시달렸다. 식욕이 진정되면서 복부의 통증이 왔다. 그것도 지나가고 속이 편해졌다. 그런데 차츰 몸에 힘이 빠졌다. 의식은 대체로 그대로였다. 몇날 며칠이 지나는지 몰랐다. 밝으면 낮이고, 어두우면 밤이었다. 낮에는 도마뱀이 와서 놀다 가고, 밤에는 들쥐가 찾아왔다. 한번은 쥐가 가족인지 친구인지 부족을 데리고 왔다. 예수는 먹잇거리를 찾다가, 급히 쥐에게 사과했다. 의식이 맑다가 흐리다가 했다. 자다가 깨어보니 동굴 입구가 밝았다. 벌써 날이 샜나 했는데, 달밤..

예수의 일생 2023.05.06

13. 입문

* 예수도 요한의 명성을 풍문으로 들었다. 이제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슬슬 어딘가에 정착해야겠다고 마음 먹던 참이었다. 예수는 요르단 강 이쪽 베타니아 마을로 요한을 찾아갔다. 세례를 받고 요한 교단에 들어갔다. 요한의 세례 솜씨는 일품이었다. 예수가 세례를 받겠다고 해놓고 막상 차가운 강물에 몸을 담그기 싫어서 머뭇거리자, 요한은 '으랏차' 소리를 지르면서 동시에 밭다리를 걸어 예수를 물속으로 밀어넣었다. 둘이서 강가로 나와 옷을 털어 말리면서, 예수가 "솜씨가 참 놀랍습니다." 찬탄하니, 요한은 배시시 웃으며 "뭘 그러나. 다년간 하다보니 자연 그렇게 되었지." 하고 겸손을 떨었다. *

예수의 일생 2023.05.04

12. 세례자 요한

* 유다 광야에 한 괴승이 출몰했다. 입성과 먹성이 별스러웠다. 짐승 털가죽을 덮어쓰고 곤충을 잡아먹었다. 술은 포도주고 독주고 입에 대지 않았다. 사막에 동이 트면 바람을 등지고 서서 고함을 질러댔다. 사두가이와 바리사이를 향해 욕을 퍼부었다. 위선자라고 했다. 또는 독사나 강도라고 했다. 지독한 욕쟁이였다. 그리고 이 나라는 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끼가 이미 나무 뿌리에 닿아 있다고 했다. 한탄과 저주도 제풀에 지치면 요르단 강가로 내려갔다. 사람들을 불러모아 강물 속에 담갔다가 건져냈다. 소문에 의하면 그는 제사장 집안의 자제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쯤 예루살렘 성전 뜰을 거닐고 있어야 마땅한데,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사람들이 물었다. "당신은 선지자요?" 그는..

예수의 일생 2023.05.03

11. 그림

* 예수는 어떤 기회에 파피루스 그림을 보게 되었다. 그런 괴상망측한 그림은 세상에 나서 처음 보았다. 상단에 큰 글씨로 제목 같은 게 적혀 있었다. 그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이는 '인체 해부도'를 가리키는 이집트어라고 설명했다. 자기를 무슨 학자이자 의사라고 소개한 소장자는 그림의 각 부위에 표시된 글자를 하나하나 짚으며 읽었다. 심장, 위장, 폐, 신장, 대장, 소장, 방광, 항문···. 그리고 나서 우리말로 옮겨 읽었다. 염통, 밥통, 허파, 콩팥, 큰 창자, 작은 창자, 오줌보, 똥구멍···. 예수는 소장자가 원하는 대로 비싼 값을 치르고 그림을 며칠간 빌렸다. 그리고 그것을 양피지에 꼼꼼히 베껴 그렸다. *

예수의 일생 2023.05.03

10. 약초

* 객지에서 몸이 아프면 그것만큼 서러운 일이 없다. 예수는 늘 건강에 유의했다. 다행히 아파 눕는 일은 없었다. 그런 예수에게 무슨 비결이나 있는 줄 알고 주변에서 물어온다. 그럴 때 예수가 하는 말이 있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시오." 그러면 사람들은 놀린다고 화를 낸다. 그러면 더 할 말이 없다. 사실 예수가 남몰래 즐기는 여기가 있다. 약이 될 만한 풀을 찾아서 뜯어 말리고 보관하는 것이었다. *

예수의 일생 2023.05.03

9. 유랑

* 1. 예수는 이 마을 저 마을, 발길 닿는 대로 다녔다. 매번 요셉에게 핀잔을 듣던 어줍잖은 기술이 용케도 객지 생활의 밑천이 되어주었다. 어딜 가도 밥은 얻어먹고 지낼 만했다. 행군 대열을 만났다. 말 엉덩이가 피둥피둥하고 수레 바퀴가 우람한 이국 군대였다. 군복 갑주가 햇빛에 번쩍거렸다. 예수는 부대를 따라다니며 심부름을 했다. 밥을 짓고 짐을 날랐다. 먼 데를 다녔다. 오뉴월에 하얀 눈을 이고 있는 산맥을 보았다. 타보르 산과는 달랐다. 파도가 짐승처럼 달려드는 바다를 보았다. 갈릴래아 호수와는 달랐다. 많은 데를 다녔다. 이리로 가면 레바논이라고 했다. 이리로 가면 아라비아라고 했다. 이리로 가면 시리아라고 했다. 거기를 지나면 그리스이고, 또 거기를 지나면 로마라고 했다. 나라 안팎에 공사를..

예수의 일생 2023.05.03

8. 출가

* 예수는 요셉과 마리아를 자리에 청하고서, 집을 떠나겠다는 결심을 알렸다. 요셉은 성이 나서 묵묵히 앉았고, 마리아는 돌아앉아 울음을 훌쩍였다. 떠나는 날 아침에 요셉은 일찍 나가고 없었다. 동생들은 집 떠나는 언니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예수는 일일이 동생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손을 잡아 보았다. 마리아가 고개 마루까지 따라나왔다. 마리아는 은전 몇 닢을 싼 손수건을 내밀었다. 요셉이 한 달치 노임을 당겨받은 것이었다. 예수가 작별 인사를 하자 마리아는 울음을 터뜨렸다. 예수는 곧장 언덕을 걸어 내려갔다. 그 시각에 요셉은 마을 회당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

예수의 일생 2023.05.02

7. 음성

* 어쩌다 가끔 소리가 들린다. 가늘고 나지막한 사람 목소리이다. 그것은 귀로 들리는 게 아니다. 등골을 타고, 머리를 울리며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오래 되었다. 소리는 뒷산 바위에 올라앉아 석양을 바라보고 있을 때, 밤에 꿈에서 깨어나 가만히 누워있을 때도 들렸다. 의미는 잘 알 수 없다. '예수야, 예수야'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나가라' '떠나라' 재촉하는 것 같기도 하다. *

예수의 일생 2023.05.02

6. 목수

* 요셉과 마리아는 자꾸 아이를 만들어 냈다. 누우면 밟히고, 서면 부딪혔다. 밥때가 되면 난리가 났다. 먹는 입은 줄이지 못하니 일하는 손을 늘여야 했다. 예수는 요셉을 따라 일을 나갔다. 예수가 보기에 요셉은 솜씨가 뛰어난 목수였다. 그러나 돈을 버는 데는 서툴렀다. 주는 대로 받고, 안 주면 못 받았다. 예수는 가난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요셉이 보기에 예수는 일을 계속할 아이가 아니었다. 일이 손에 붙지 않았다. 일하다 말고 멍하니 앉아 있는 예수를 보면서, 요셉은 '도대체 저 아이의 머리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 걸까' 궁금했다. *

예수의 일생 2023.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