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일생 55

55. 겟세마니

* 예수는 유다를 아리마태아 요셉에게 보내 올리브산 겟세마니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전했다. 그리고 베타니아 마을에 있는 제자들에게도 모두 이곳으로 오라고 전갈했다. 오후 느지막이 제자들이 도착했다. 예수는 함께 기도를 하자고 했으나, 제자들은 피곤했던지 다들 한쪽으로 몰려가서 잠이 들었다. 산 아래 어둠 속에서 불빛이 얼릉거렸다. 횃불의 대열이 능선을 타고 올라왔다. 예수는 기도를 마치고 일어나서 바위가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끝)

예수의 일생 2023.05.19

53. 노래

* 예수는 기분이 울적할 때면 이 노래를 불렀다. 남의 나라에 인질로 끌려가 유배를 살던 조상들이 불렀다고 전해지는 노래이다. 바빌론 강가에 앉아 우리는 시온을 기억하며 우네. 버드나무 가지에 하프를 걸어놓은 채. 우리를 잡아온 자들이 노래를 부르라고 하네. 시온의 노래를 불러 자기들의 흥을 돋우라고 하네. 우리가 어찌 남의 나라 땅에서 주님의 노래를 부르랴? 예루살렘아, 내가 만일 너를 잊는다면 내 팔이 부러져도 좋으리. 내가 만일 너를 나의 가장 큰 기쁨으로 하지 않는다면 내 혀가 뽑혀도 좋으리. *

예수의 일생 2023.05.17

52. 아리마태아 요셉

* 아리마태아 요셉이 유다에게 사람을 보내 조용히 만나자는 말을 전해왔다. 요셉은 의회 의원의 신분이었지만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예수와 교류하고 지냈으며, 유다도 예수를 방문해 얘기를 나누는 그를 먼발치에서 본 적이 있다. 유다는 혼자서 성 안으로 들어갔다. 인사를 마치자 용건을 물었다. 유다: 무슨 일입니까? 요셉: 당신 스승에 관한 일이오. 유다: 우리 스승의 무엇에 관한 일입니까? 요셉: 당신 스승에게 자수를 권해 주시오. 유다: ······ 요셉: ······ 유다: 당신은 나를 배신자로 만들 셈인가요? 요셉: 이쪽은 지금 무척 격앙되어 있소. 분위기가 심상치 않소. 당신 스승이 잡히지 않고 시간을 끌면 어떤 다른 조치를 취할지 모르오. 그렇게 되면 당신네 전체에 피해가 갈 수 있소. 유다: ··..

예수의 일생 2023.05.17

51. * 토마스 * 눈물

*(토마스) 나는 그때 현장에 없었다. 고향에 급한 볼일이 생겨서 며칠간 휴가를 다녀왔더니 그 사이에 사건이 발생해 있었다.교단의 분위기가 그 앞뒤로 해서 크게 달라졌다는 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뭔가 새로운 사태가 전개될 것을 기대라도 한다는 듯이 들썩거렸다.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며칠 전까지 생때처럼 멀쩡하던 라자로가 왜 갑자기 죽었는지 그것부터가 수상하다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유다가 "토마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왔다. 자기 의견은 감춰두고 남의 의견을 들으려고 들이대는 것이 유다답다. 나는 경망스런 유다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았다.현재로서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내 별명마따나 다만 의심스러울 뿐이다. 사람들이 괜히 나를 '의심쟁이 토마..

예수의 일생 2023.05.17

50. 이스카리옷 유다

* 우리가 갈릴래아를 떠나 이곳으로 온 어느날, 스승은 갑작스레 내가 이제까지 하던 일을 그만두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지극히 섭섭하고 슬프기까지 했지만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장부를 스승께 내드렸다. 며칠 후 나는 자매의 동생인 마리아가 내가 하던 일을 맡아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의아했다. 이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더욱이 마리아가 할 일이 아닌데···. 제자 중에서는 글쎄 마태오(레위)라면 모를까. 마태오는 그래도 전직이 세리였다고 하니까. 그리고 며칠 후 나는 마리아가 스승의 머리와 발을 씻는 향유를 사는 데 삼십 데나리온이나 되는 돈을 썼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은 한 가족이 한달을 살아갈 만한 돈이다. 아니, 단체의 살림을 이렇게 함부로 살다니…. 나는 마..

예수의 일생 2023.05.17

49. 도망

* 예수는 도성 출입의 발길을 끊고 베타니아 마을의 마르타·마리아 자매 집에 숨었다. 그러나 당국의 수배가 죄어들자 제자들은 마을에 남겨두고 혼자 올리브산으로 들어갔다. 밤이 되면 마을로 내려와 밥을 얻어먹고 조각잠을 자고, 새벽이 밝기 전에 부리나케 덜 마른 빨래를 걷어들고 산으로 돌아왔다. 날씨가 맑은 날은 산의 능선과 골짜기를 헤매고 다닌다. 헐레벌떡 걷고 뛰고 하다 보면 쫓기는 몸이라는 불안감에서 한순간 풀려날 수 있었다. 전에라면 무심히 보았을 작은 돌 하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올 때도 있다. 그러면 퍼질러앉아 쉬었다. 또는 벼랑 위 바위에 걸터앉아 산 아래를 내려다 본다. 고향 나자렛의 뒷산에도 이와 비슷한 바위가 있었다. *

예수의 일생 2023.05.17

48. 난동

* 의회 당국은 예수 일당이 이 도시에 모습을 나타나던 때부터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보고가 속속 올라왔다. 날마다 허가 받지 않은 집회와 시위를 벌인다고 했다. 이 나라는 곧 망할 것이라느니 어떻다느니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주민을 선동한다고 했다.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말은 세례자 요한이 먼저 했다. 요한은 나라가 망할 것을 걱정했다. 예수는 조금 달랐다. 예수는 나라가 망하는 것은 괜찮다고 했다. 망할 것은 망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다만 환란의 와중에 사람들에게 불행이 닥칠까 봐 걱정했다. 예수는 말했다. "그때에 집안에 있는 사람은 밖으로 나가지 말고, 들에 있는 사람은 무엇을 꺼내러 집으로 들어가지 말라." 당국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일당이 나귀를 강탈했다고 한다. 무전 취식을 했다고 한다. 무화..

예수의 일생 2023.05.16

47. 도성

* 예수는 매일 제자들을 거느리고 도성을 출입했다. 해가 뜨면 들어가서 성문을 닫아걸기 전에 나왔다. 성내에서는 주로 성전 마당과 그 주변을 배회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말을 걸었다. 낯선 복장을 하고 이상한 사투리를 쓰는 외지인들에게 아이들이 먼저 호기심을 보였다. 아이들이 졸졸 따라다녔다. 제자들은 이제 아이들을 내쫒지 않았다. 예수가 '곧 그들의 세상이 온다'고 하던 그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 흔들고 소리를 외치며 앞장서 갔다. 도성 주민들이 자기 아이들을 몰고다니는 이 이방인들에게 차차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멀찍이서 손을 흔들기도 하고 먹을 것, 마실 것을 들고 달려나오기도 했다. 욕을 퍼붓고 돌멩이나 흙덩이를 집어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예수 일행이 나타나..

예수의 일생 202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