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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시몬 베드로

* 스승이 본부를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언명했을 때, 그 자리에서 아무도 다른 의견을 말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갑작스러운 발표였다. 최근에 스승이 초조해하며 무언가에 내몰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는 했지만, 그것이 이것이었던가? 며칠을 숙고한 후 나는 스승을 찾아뵙고, 그 계획에 동반하는 몇가지 문제점을 말씀 드렸다. 덧붙여 우리가 이곳 갈릴래아에 정착하기 위해 현재 초막을 세 채 짓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렸다. 그중 한 채는 온전히 스승이 주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스승은 버럭 화를 냈다. "베드로야, 너는 작은 것만 보고 큰 것을 보지 못하는구나. 베드로야, 네가 나를 모르는구나. 너는 나를 돕는 자가 아니구나." 나는 스승의 면전에서 다소곳이 물러나왔다. 예..

예수의 일생 2023.05.15

39. 예루살렘

* 예수에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신,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예루살렘으로 가보시오. 거기는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 당신이 사업을 하기에 알맞을 거요. 당신이 맨날 이 시골 구석에서 촌것들을 상대하고 있어야 되겠소? 무지랭이들이 당신이 하는 말을 알아듣기나 하겠소?" 이것이 격려인지, 충고인지, 조롱인지 모르겠다. *

예수의 일생 2023.05.15

38. 파송

* 교세가 뻗지 않는다. 뻗기는 커녕 나날이 졸아드는 느낌이다. 예수는 조바심이 났다. 궁리 끝에 각 지역을 맡아 선교하도록 제자들을 보내기로 했다. 여비를 챙겨줄 형편이 못 되었다. 예수는 말했다. "보따리도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 밥을 얻어 먹고, 잠자리를 빌려서 자라. 옷은 단벌이더라도 자주 빨아서 입어라." 기한이 차서 제자들이 속속 복귀했다.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제자들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 손을 휘휘 내저었다. 예수는 "여우는 굴이 있고 새는 둥지가 있는데, 나는 머리 기댈 곳이 없구나" 하고 한숨을 지었다. *

예수의 일생 2023.05.15

37. 작은 시몬

* 열두 제자의 한 사람으로 이름이 거론되는 작은 시몬은 동료들로부터 '너는 도대체 누구의 제자인지 모르겠다'는 핀잔을 들을 정도로 소속감이 부족했다. 시몬은 뻔질나게 외부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가 주로 어울리는 것은 열혈당인가 열성당인가 하는 패였다. 그들이 어떤 성향의 사람들인지, 무얼 하겠다는 사람들인지는 다른 제자들도 예수도 잘 몰랐다. 시몬이 품에 단도를 감추고 다니는 것이 말썽이 된 적이 있는데, 별다른 견책 없이 넘어갔다. *

예수의 일생 2023.05.14

35. 첩자

* 전에 보지 못하던 수상한 자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들은 예수의 뒤를 따라다니기도 하고, 모임 속에 섞여 대기하고 있기도 했다. 헤로데가 보냈나? 성전에서 보냈나? 의회에서 보냈나? 그들은 불쑥불쑥 질문을 던졌다. 질문의 요지는 결국 두 가지다. '로마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율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그들은 인생에 궁금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르침을 청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예수를 판별하자는 것 같았다. 예수를 함정에 빠뜨릴 트집거리를 수집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예수의 대응은 그때마다 달랐다. 어떨 때는 로마에 적대하는 말을 했다가 어떨 때는 로마에 우호적인 말을 했다. 어떨 때는 율법을 배척하는 말을 했다가 어떨 때는 율법을 포용하는 말을 했다. 어떨 때는 이도저도 아닌 말..

예수의 일생 2023.05.14

34. 요한의 사자

* 그때는 세례자 요한이 죽기 전이었다. 옥에 갇혀 있는 요한이 예수에게 사자를 보냈다. 사자가 예수에게 물었다. "당신이 세례자보다 더 높다고 사람들에게 말했다던데, 사실이오?" 예수는 묵묵부답이었다. 사자가 물었다. "당신이 구세주라고 사람들에게 말했다던데, 사실이오?" 예수는 묵묵부답이었다. 사자는 끝으로 이런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당신은 음식과 술을 맘껏 먹고 마신다는데, 그것은 요한 세례자의 신조에 어긋난다는 것을 당신도 잘 알리다." 사자가 돌아가자 예수는 제자들을 소집했다. 예수는 잔뜩 흥분해서 제자들 앞에서 소리를 질렀다. "지금이 옛날인가? 자기가 옛날의 자기인가? 내가 옛날의 나인가?" *

예수의 일생 2023.05.14

33. 루카 13:1~5

* 빌라도가 많은 갈릴래아인들의 생명을 해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떤 사람이 예수에게 와서 이를 알렸다. 그 사람이 예수를 찾아온 것은 정보를 주려는 선의였을까? 같은 길을 간다는 동류 의식을 가졌던 걸까? 아니면 예수를 끌어들여 사건에 연루시키려는 계략이었을까? 아무튼 예수의 반응은 그 사람에게 실망스러웠다. 예수는 그같은 불행한 일이 벌어진 것은 피해 당자들이 잘못한 탓이라고 책임 소재를 단정했다. 그러고 나서 실로암의 탑이 어쩌고 저쩌고 하며 화제를 엉뚱한 데로 몰고갔다. 빌라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 * 본디오 빌라도(Pontius Pilatus)= 로마의 유다 총독. 재임 AD 26~36. *

예수의 일생 2023.05.14

32.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

* 다른 날, 사마리아 지방을 지날 때였다. 예수는 제자들과 길이 엇갈려서 혼자서 시카르라는 마을로 들어섰다. 예수는 목이 말라 우물을 찾아갔다. 우물가에 한 여인이 물을 긷고 있었다. 예수는 여인에게 물을 청해 마시고, 자연스레 대화를 나눴다. 신앙에 대해 대화하고, 여인의 신변에 대해 대화했다. 그때 제자들이 예수를 찾아냈다. 제자들은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제자들이 먹을 것을 권하자 예수는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해서, 제자들은 다시 놀랐다. 일행은 그 마을에서 이틀을 묵었다. *

예수의 일생 2023.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