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003

51. * 토마스 * 눈물

*(토마스) 나는 그때 현장에 없었다. 고향에 급한 볼일이 생겨서 며칠간 휴가를 다녀왔더니 그 사이에 사건이 발생해 있었다.교단의 분위기가 그 앞뒤로 해서 크게 달라졌다는 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뭔가 새로운 사태가 전개될 것을 기대라도 한다는 듯이 들썩거렸다.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며칠 전까지 생때처럼 멀쩡하던 라자로가 왜 갑자기 죽었는지 그것부터가 수상하다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유다가 "토마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왔다. 자기 의견은 감춰두고 남의 의견을 들으려고 들이대는 것이 유다답다. 나는 경망스런 유다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았다.현재로서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내 별명마따나 다만 의심스러울 뿐이다. 사람들이 괜히 나를 '의심쟁이 토마..

예수의 일생 2023.05.17

50. 이스카리옷 유다

* 우리가 갈릴래아를 떠나 이곳으로 온 어느날, 스승은 갑작스레 내가 이제까지 하던 일을 그만두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지극히 섭섭하고 슬프기까지 했지만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장부를 스승께 내드렸다. 며칠 후 나는 자매의 동생인 마리아가 내가 하던 일을 맡아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의아했다. 이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더욱이 마리아가 할 일이 아닌데···. 제자 중에서는 글쎄 마태오(레위)라면 모를까. 마태오는 그래도 전직이 세리였다고 하니까. 그리고 며칠 후 나는 마리아가 스승의 머리와 발을 씻는 향유를 사는 데 삼십 데나리온이나 되는 돈을 썼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은 한 가족이 한달을 살아갈 만한 돈이다. 아니, 단체의 살림을 이렇게 함부로 살다니…. 나는 마..

예수의 일생 2023.05.17

49. 도망

* 예수는 도성 출입의 발길을 끊고 베타니아 마을의 마르타·마리아 자매 집에 숨었다. 그러나 당국의 수배가 죄어들자 제자들은 마을에 남겨두고 혼자 올리브산으로 들어갔다. 밤이 되면 마을로 내려와 밥을 얻어먹고 조각잠을 자고, 새벽이 밝기 전에 부리나케 덜 마른 빨래를 걷어들고 산으로 돌아왔다. 날씨가 맑은 날은 산의 능선과 골짜기를 헤매고 다닌다. 헐레벌떡 걷고 뛰고 하다 보면 쫓기는 몸이라는 불안감에서 한순간 풀려날 수 있었다. 전에라면 무심히 보았을 작은 돌 하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올 때도 있다. 그러면 퍼질러앉아 쉬었다. 또는 벼랑 위 바위에 걸터앉아 산 아래를 내려다 본다. 고향 나자렛의 뒷산에도 이와 비슷한 바위가 있었다. *

예수의 일생 2023.05.17

48. 난동

* 의회 당국은 예수 일당이 이 도시에 모습을 나타나던 때부터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보고가 속속 올라왔다. 날마다 허가 받지 않은 집회와 시위를 벌인다고 했다. 이 나라는 곧 망할 것이라느니 어떻다느니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주민을 선동한다고 했다.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말은 세례자 요한이 먼저 했다. 요한은 나라가 망할 것을 걱정했다. 예수는 조금 달랐다. 예수는 나라가 망하는 것은 괜찮다고 했다. 망할 것은 망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다만 환란의 와중에 사람들에게 불행이 닥칠까 봐 걱정했다. 예수는 말했다. "그때에 집안에 있는 사람은 밖으로 나가지 말고, 들에 있는 사람은 무엇을 꺼내러 집으로 들어가지 말라." 당국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일당이 나귀를 강탈했다고 한다. 무전 취식을 했다고 한다. 무화..

예수의 일생 2023.05.16

47. 도성

* 예수는 매일 제자들을 거느리고 도성을 출입했다. 해가 뜨면 들어가서 성문을 닫아걸기 전에 나왔다. 성내에서는 주로 성전 마당과 그 주변을 배회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말을 걸었다. 낯선 복장을 하고 이상한 사투리를 쓰는 외지인들에게 아이들이 먼저 호기심을 보였다. 아이들이 졸졸 따라다녔다. 제자들은 이제 아이들을 내쫒지 않았다. 예수가 '곧 그들의 세상이 온다'고 하던 그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 흔들고 소리를 외치며 앞장서 갔다. 도성 주민들이 자기 아이들을 몰고다니는 이 이방인들에게 차차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멀찍이서 손을 흔들기도 하고 먹을 것, 마실 것을 들고 달려나오기도 했다. 욕을 퍼붓고 돌멩이나 흙덩이를 집어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예수 일행이 나타나..

예수의 일생 2023.05.16

46. 사두가이와 바리사이

* 바리사이는 학자나 관리라고 부를 부류였다. 굳이 서열을 짓자면, 사두가이와 일반 서민의 사이에 위치하는 계층이었다. 바리사이는 세도 면에서는 사두가이에 훨씬 못 미치지만, 인구는 사두가이에 비해 몇 배 많았다. 이 사두가이와 바리사이가 당시 유다의 양대 주체 세력이었다. 그 둘이 의회의 구성원이었다. (물론 세속 정치 권력의 정점에는 헤로데가 있었지만, 그것은 여기서 논외로 치고...) 사두가이와 바리사이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그들은 현저히 백성들을 훈육하고 간섭했다. 또 하나 공통점이 있었다. 외세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고 해야 할까, 무기력하다고 해야 할까, 그런 점이었다. 그래서 일찍이 세례자 요한은 그 둘을 싸잡아 위선의 무리라고 불렀다. *

예수의 일생 2023.05.16

45. 레위

* 애초부터 팔레스타인 지역에 자생하던 여러 종족들이 얼키고설키고 나뉘고 합쳐지는 세월을 거치면서 유다라는 공동체를 형성했다. 그 과정에서 레위 씨족이 주도권을 쥐었다. 그들은 종교 권력을 장악하고 세습 제사장 집안으로 군림했다. 왕이나 군주가 따로 없던 시대였다. 레위는 여호와를 전면에 내세워 통치의 지렛대로 삼았다. 그것이 본래 그들 씨족의 수호신이었다. 여호와는 지시하는 신, 시험하는 신, 질투하는 신, 분노하는 신, 보복하는 신이다. 백성을 규율하는 데 안성맞춤인 신이었다. 예수의 시대에 와서 유다의 상층부는 사두가이였다. 성전에 주재하는 사제 계급인 사두가이는 레위의 후신이었다. * 팔레스타인이 지리(地理) 개념이라면, 유다는 정체(政體) 개념이다. *

예수의 일생 2023.05.16

44. 팔레스타인의 역사

* BC 8세기에 앗시리아가 팔레스타인을 침공해서 점령했다. 이것이 세계사에 나타난 팔레스타인 역사의 시작이다. 앗시리아가 쇠망하고, 바빌로니아가 팔레스타인을 점령했다. 바빌로니아가 쇠망하고, 페르시아가 팔레스타인을 점령했다. 페르시아가 쇠망하고, 마케도니아가 팔레스타인을 점령했다. 마케도니아가 쇠망하고,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와 시리아의 셀레우코스 왕조가 번갈아 팔레스타인을 지배했다. 이집트와 시리아가 물러가고, BC 2~1세기에 토착 정권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다스렸다. 하스몬(마카베오) 왕조였다. BC 63년에 로마가 팔레스타인을 침략했다. 하스몬 왕조는 붕괴했다. 헤로데라는 인물이 로마를 등에 업고 집권했다 (BC 37년). *

예수의 일생 2023.05.16

43. 베타니아

* 올리브산 등성이에 올라서니 키드론 계곡 건너편으로 예루살렘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성벽과 성전 지붕이 오후의 잔광을 반사하며 희게 빛나고 있었다. 옆에 있던 누군가가 예수에게 말을 건넸다. "저 돌들을 보십시오. 참 크고 장엄하지 않습니까?" 예수는 대꾸를 하지 않고 눈길을 거두었다. 일행은 성밖 베타니아 마을로 향했다. 베타니아는 생전에 요한이 사람들에게 세례를 베풀던 곳이고, 예수가 요한을 찾아와서 교단에 가입했던 곳이다. 지금 이곳에는 마르타· 마리아 자매와 그 오빠인 라자로(시몬)가 살고 있다. 예수와 제자들은 베타니아 마을에 여장을 풀었다. 갈릴래아를 출발하여 여기까지 오는 데 밤낮 열흘이 걸렸다. *

예수의 일생 2023.05.16

42. 성도

* 남부여대한 일단의 갈릴래아인이 요르단강 연도를 따라 남행길에 올랐다. 목적지는 예루살렘이다. 다윗 왕이 터를 닦아 수백 년 도읍으로 내려온 곳이라고 한다. 사실 여부는 제쳐두고 전설은 그렇다. 지금은 외국 군대가 들어와 요지에 자리를 차지하고, 사람들을 갈라쳐 줄을 세우고 자기네 입맛대로 움직이는 곳이다. 외세에 눌린 사람들이 그 울적함을 오로지 안으로 거두어 열나게 당파 싸움을 벌이는 곳이다. *

예수의 일생 2023.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