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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은 요한 교단의 의례였다. 예수는 사막으로 걸어 들어갔다. 낙타 대상들이 다니는 길에서도 꽤 멀어진 곳에 동굴이 있었다. 동굴 안쪽 바위 틈에 물이 스며나왔다. 동굴 속은 낮에는 시원하고 밤에는 따뜻했다.
공복감과 그에 따른 식욕으로 며칠 시달렸다. 식욕이 진정되면서 복부의 통증이 왔다. 그것도 지나가고 속이 편해졌다. 그런데 차츰 몸에 힘이 빠졌다. 의식은 대체로 그대로였다.
몇날 며칠이 지나는지 몰랐다. 밝으면 낮이고, 어두우면 밤이었다. 낮에는 도마뱀이 와서 놀다 가고, 밤에는 들쥐가 찾아왔다. 한번은 쥐가 가족인지 친구인지 부족을 데리고 왔다. 예수는 먹잇거리를 찾다가, 급히 쥐에게 사과했다.
의식이 맑다가 흐리다가 했다. 자다가 깨어보니 동굴 입구가 밝았다. 벌써 날이 샜나 했는데, 달밤이었다. 동굴 밖으로 나와 앉았다. 별들이 하늘에 모래를 뿌려놓은 듯했다. 손을 들어 훝으면 그대로 후루룩 떨어질 것 같았다.
그때 음성이 들렸다. 오랜만에 듣는 그 음성이었다. "예수야, 예수야" 하고 불렀다. 예수는 "네" 하고 대답했다. 이어 음성이 들렸다. "예수야, 이제 그만 돌아가거라" 하고 말했다. 아늑하고 따뜻한 음성이었다.
동굴 안으로 들어와 찬 물을 한모금 떠마셨다. 정신이 좀 차려지면서, 그러고 보니 방금 아까 일이 꿈을 꾸었던가 싶기도 했다.
밤중에 예수는 동굴을 출발했다. 사막의 길 위에 달빛이 가루처럼 뿌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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