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33. 천하... 19

정덕수 2024. 11. 10. 20:17

(혜시)

*

 

惠施多方 其書五車 其道舛駁 其言也不中

혜시다방 기서오거 기도천박 기언야불중

혜시는 해박하고, 읽은 책이 수레 다섯을 채웠지만.. 그 도가 어지럽고, 말이 맞지 않았다.

 

物之意曰

력물지의왈

(혜시가) 사물을 설명하여 말했다.

 

至大無外 謂之大一 至小無內 謂之小一

지대무외 위지대일 지소무내 위지소일

"커서 바깥이 없는 것을 가장 크다고 하고, 작아서 안이 없는 것을 가장 작다고 한다.  

 

無厚 不可積也 其大千里

무후 불가적야 기대천리

두께가 없어서 쌓을 수 없는데, 그 크기가 천리이다. 

 

天與地卑 山與澤平 日方中方睨 物方生方死

천여지비 산여택평 일방중방예 물방생방사

하늘과 땅은 낮고, 산과 숲은 평평하다. 해가 솟아 있으면서 기울어 있고, 생물이 살아 있으면서 죽어 있다.

 

大同而與小同異 此之謂小同異 萬物畢同畢異 此之謂大同異

대동이여소동이 차지위소동이 만물필동필이 차지위대동이

크게 같은 것은 작게 같은 것과 다른데, 이것을 작은 차이라고 한다. 만물은 서로 같거나 다른데, 이것을 큰 차이라고 한다.

 

南方無窮而有窮 今日適越而昔來 連環可解也 我知天下之中央 燕之北 越之南 是也 氾愛萬物 天地一體也

남방무궁이유궁 금일적월이석래 련환가해야 아지천하지중앙 연지북 월지남 시야 범애만물 천지일체야

남쪽은 끝이 없기도 하고 있기도 하다. 오늘 월나라로 떠났는데 어제 도착했다. 고리는 끊어진 데가 있다. 나는 세상의 중앙을 아는데, 연나라의 북쪽과 월나라의 남쪽이 그곳이다. 만물을 두루 사랑한다. 하늘과 땅은 한몸이다."

 

惠施以此爲大 觀於天下而曉辯者 相與樂之

혜시이차위대 관어천하이효변자 상여락지

혜시는 이런 것을 대단하다고 여겨, 세상을 유람하며 변자들을 가르치고 함께 즐겼다.

 

卵有毛 鷄三足 郢有天下 犬可以爲羊 馬有卵 丁子有尾 火不熱 山出口 輪不蹍地 目不見 指不至 至不絶 龜長於蛇 矩不方 規不可以爲圓 鑿不圍枘 飛鳥之影未嘗動也 鏃矢之疾而有不行不止之時 狗非犬 黃馬驪牛三 白狗黑 孤駒未嘗有母 一尺之捶 日取其半 萬世不竭

란유모 계삼족 영유천하 견가이위양 마유란 정자유미 화불열 산출구 륜불전지 목불견 지불지 지불절 귀장어사 구불방 규불가이위원 조불위예 비조지영미상동야 족시지질이유불행불지지시 구비견 황마려우삼 백구흑 고구미상유모 일척지추 일취기반 만세불갈

알에는 털이 있다. 닭은 발이 셋이다. 영 안에 천하가 있다. 개는 양이 될 수 있다. 말은 알을 낳는다. 올챙이는 꼬리가 있다. 불은 타지 않는다. 산을 통해 타지로 나간다. 바퀴는 땅을 딛지 않는다. 눈은 보지 않는다. 손가락은 가리키지 않고, 가리키면 끊어지지 않는다. 거북은 뱀보다 길다. 곱자는 네모를 잴 수 없고, 그림쇠는 동그라미를 그릴 수 없다. 장부 구멍은 촉을 둘러싸지 않는다. 날아가는 새의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날아가는 화살은 움직이지 않는 순간이 있다. 강아지는 개가 아니다. 누런 말과 검은 소를 더하면 셋이다. 흰 개는 검다. 어미를 떠난 망아지는 아예 어미가 없었다. 채찍을 날마다 반씩 잘라내도 끝내 없어지지 않는다.

 

辯者以此與惠施相應 終身無窮

변자이차여혜시상응 종신무궁

변자들은 이런 말을 혜시와 주고받으며 그만둘 줄 몰랐다.

 

桓團公孫龍 辯者之徒 飾人之心 易人之意 能勝人之口 不能服人之心 辯者之囿也

환단공손룡 변자지도 식인지심 역인지의 능승인지구 불능복인지심 변자지유야

환단과 공손룡은 변자의 무리인데, 사람들의 마음을 꾸미고 생각을 바꾸었다. 그들은 사람들의 입을 이겼으나 마음을 이기지 못했으니, 변자의 한계였다.

 

惠施日以其智 與人辯 特與天下之辯者爲怪 此其柢也

혜시일이기지 여인변 특여천하지변자위괴 차기저야

혜시는 날마다 지혜를 동원하여 사람들과 변론을 벌였는데, 다만 세상의 변자들과 함께 괴상한 이야기를 지어냈다. 이것이 그의 뿌리였다.

 

然惠施之口談 自以爲最賢曰

연혜시지구담 자이위최현왈

그런데도 혜시는 자기의 입담을 최고로 치면서 말했다.

 

天地其壯乎 施存雄而無術

천지기장호 시존웅이무술

"천지가 뭐 별거냐? 나는 존재가 든든하다. 술수를 부리는 게 아니다."

 

南方有奇人焉 曰黃繚 問天地所以不墜不陷 風雨雷霆之故

남방유기인언 왈황료 문천지소이불추불함 풍우뢰정지고

남방에 황료라는 기인이 있었는데.. 하늘과 땅이 꺼지거나 가라앉지 않고, 비바람과 우레가 생기는 이유를 물었다.

 

惠施不辭而應 不慮而對 徧爲萬物說而不休 多而無已 猶以爲寡 益之以怪

혜시불사이응 불려이대 편위만물설이불휴 다이무이 유이위과 익지이괴

혜시는 사양하거나 주저하지 않고 응대하였고, 두루 만물을 설명하며 쉬지 않았다. 실컷 말하고도 그치지 않고, 오히려 부족했던지 괴상한 이야기를 끼워넣었다.

 

以反人爲實 而欲以勝人爲名 是以與衆不適也 弱於德 强於物 其道奧矣

이반인위실 이욕이승인위명 시이여중불적야 약어덕 강어물 기도오의

(혜시는) 인정에 반하는 것을 실제인 양하고, 남을 이기는 것을 명예로 여겼으니.. 그래서 대중에게 맞지 않았다. 덕은 약하고 사물에는 강했으니, 그의 도는 외졌다.

 

由天地之道 觀惠施之能 其猶一蚊一虻之勞者也 其於物也何庸 夫充一尙可 曰愈貴道 幾矣

유천지지도 관혜시지능 기유일문일맹지로자야 기어물야하용 부충일상가 왈유귀도 기의

천지의 도에 혜시의 능력을 비춰보면 기껏 모기나 등에의 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에 무슨 소용이 있으랴? 한 가지에는 충실했겠지만, 도를 더욱 귀중히 했어야만 했다.

 

惠施不能以此自寧 散於萬物而不厭 卒以善辯爲名 惜乎

혜시불능이차자녕 산어만물이불염 졸이선변위명 석호

혜시는 이것으로 맘이 차지 않아 이것저것 집적거리면서 싫증내지 않았으니, 말솜씨가 좋다는 이름을 얻는 데 그쳤다. 안타깝다.

 

惠施之才 駘蕩而不得 逐萬物而不反 是窮響以聲 形與影競走也 悲夫

혜시지재 태탕이불득 축만물이불반 시궁향이성 형여영경주야 비부

혜시의 재능은 질펀하기만 하고 요령이 없었으며, 이것저것 쫓아다니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이는 소리를 질러 메아리를 지우고, 몸으로 그림자와 경주를 한 꼴이었다. 서글프다. 

 

*

 

* 舛駁(천박)= 뒤섞인 모양.

  舛(천)= 어그러지다.

  駁(박)= 얼룩얼룩하다.

* 中(중)= 여기서는 '맞히다'.

* 歷(력)= 세다. 매기다. 가리다.

* 卑(비)= 낮다.

* 澤(택)= 여기서는 '숲'.

* 睨(예)= 곁눈질하다. 여기서는 '(해가) 기울다'.

* 畢(필)= 다. 모두.

* 燕(연)= 중국 북방에 있는 나라.

* 越(월)= 남방에 있는 나라.

* 氾(범)= 넘치다.

* 曉(효)= 여기서는 '깨우치다' '일러주다'.

* 郢(영)= 지명. 초나라 수도.

* 丁子(정자)= 올챙이.

* 蹍(전)= 밟다.

* 龜長於蛇(귀장어사)의 於(어)= ~보다. than.

* 矩(구)= 곱자. 방형(네모)을 재는 기구.

* 規(규)= 그림쇠. 원형(동그라미)을 그리는 기구.

* 鑿= (착) 끌. 파다. 뚫다. [조] 구멍. 장부 구멍.

* 枘(예)= 장부 촉. (장부= 두 재목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한쪽에는 구멍(鑿)을 내고, 다른 쪽은 촉(枘)으로 깎아.. 촉을 구멍에 끼워 넣는다.)

* 鏃(족)= 화살 촉.

* 矢(시)= 화살.

* 疾(질)= 빠르다.

* 驪(려)= 검정 말.

* 駒(구)= 망아지.

* 捶(추)= 채찍.

* 竭(갈)= 다하다.

* 服(복)= 여기서는 '다스리다' '복종시키다'.

* 囿(유)= 동산. 구역. 담을 치다.

* 特(특)= 여기서는 '다만' '단지'.

* 柢(저)= 뿌리.

* 雷(뢰)= 천둥.

* 霆(정)= 천둥.

* 徧(편)= 두루.

* 奧(오)= 깊숙하다. 후미지다.

* 蚊(문)= 모기.

* 虻(맹)= 등에.

* 庸(용)= 여기서는 '쓰다'. 用(쓸 용)과 통한다.

* 曰(왈)= 여기서는 '~했더라면'.

* 愈(유)= 더욱.

* 幾(기)= 여기서는 '가깝다'.

* 厭(염)= 여기서는 '싫증내다'.

* 駘蕩(태탕)= 넓은 모양. 성한 모양.

  駘(태)= 둔마. 여기서는 '편하다'.

  蕩(탕)= 쓸다. 여기서는 '크다' '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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