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33. 천하... 15

정덕수 2024. 2. 15. 10:49

(팽몽· 전병· 신도)

*

 

公而不當 易而無私 決然無主 趣物而不兩 不顧於慮 不謀於智 於物無擇 與之俱往

공이불당 이이무사 결연무주 취물이불량 불고어려 불모어지 어물무택 여지구왕

공평하여 끌어맞추지 않으며, 평탄하여 사사로움이 없다. 툭 트여서 주장이 없으며, 사물을 향해 두 길로 나아가지 않는다. 고려하지 않고 지모를 쓰지 않는다. 사물을 선택하지 않고 모두 함께 간다.  

 

古之道術 有在於是者

고지도술 유재어시자

옛날의 도술은 이런 면이 있었다.

 

彭蒙田騈愼到 聞其風而悅之 齊萬物以爲首 曰

팽몽전병신도 문기풍이열지 제만물이위수 왈

팽몽· 전병· 신도는 그 기풍을 듣고 기뻐하여, 만물을 가지런히 하는 걸 으뜸으로 삼고.. 말했다.

 

天能覆之而不能載之 地能載之而不能覆之

천능부지이불능재지 지능재지이불능부지

"하늘은 덮지만 받치지 않는다. 땅은 받치지만 덮지 않는다.

 

大道能包之而不能辨之 知萬物皆有所可 有所不可

대도능포지이불능변지 지만물개유소가 유소불가

도는 싸안으면서 구별하지 않으며, 만물이 되는 것도 있고 안되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안다.

 

選則不徧 敎則不至 道則無遺者矣

선즉불편 교즉불지 도즉무유자의

고르면 보편적이지 않고, 가르치면 이르지 못하나.. 도는 빠뜨리지 않는다."

 

*

 

愼到棄智去己 而緣不得已 泠汰於物以爲道理 曰

신도기지거기 이연불득이 령태어물이위도리 왈

신도는 지혜를 버리고 자아를 떠나서 어쩔수 없음에 따르고, 사물에 대해 말끔하기를 도리로 삼고.. 말했다.

 

知不知 將薄智 而後隣傷之者也

지불지 장박지 이후린상지자야

"모른다는 것을 알면 지혜로워져 이웃을 살핀다."

 

謑髁無任 而笑天下之尙賢 縱脫無行 而非天下之大聖

혜화무임 이소천하지상현 종탈무행 이비천하지대성

(신도는) 못되게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세상이 현인을 숭상하는 것을 비웃고, 멋대로 무리하게 행하면서 세상의 성인을 비난했다.

 

椎拍輐斷 與物宛轉 捨是與非 苟可以免

추박완단 여물완전 사시여비 구가이면

망치로 모서리를 두드려 펴고, 사물과 함께 몸을 굴리고, 옳고 그름을 버려.. 구차하게 모면할 수 있었다.

 

不師智慮 不知前後 巍然而已矣

불사지려 불지전후 외연이이의

지혜를 본받지 않고, 앞뒤를 모르고.. 높다랗게 솟을 뿐이었다.

 

推而後行 曳而後往 若飄風之還 若羽之旋 若磨石之隧

추이후행 예이후왕 약표풍지선 약우지선 약마석지수

밀면 가고, 끌면 오고.. 돌개바람, 떨어지는 깃털, 맷돌처럼 빙빙 돌았다.

 

全而無非 動靜無過 未嘗有罪

전이무비 동정무과 미상유죄

가만히 있어 비리가 없고, 움직임에 과오가 없어.. 죄가 없었다.

 

是何故

시하고

어째서 그런가?

 

夫無智之物 無建己之患 無用智之累 動靜不離於理

부무지지물 무건기지환 무용지지루 동정불리어리

지혜가 없는 것은 자기를 세울 고민이 없고, 지혜를 쓸 걱정이 없어서.. 움직임이 이치를 벗어나지 않는다.

 

終身無譽 至於若無智之物而已 無用賢聖 夫塊不失道

종신무예 지어약무지지물이이 무용현성 부괴불실도

평생에 명예가 없어 지혜가 없는 것이 될 뿐이고, 머리를 쓰지 않아 전체적으로 도를 잃지 않는다.

 

豪傑相與笑之曰

호걸상여소지왈

호걸들이 웃으며 말했다.

 

愼到之道 非生人之行 而至死人之理 適得怪焉

신도지도 비생인지행 이지사인지리 적득괴언

"신도의 도는 산 사람의 것이 아니고, 죽은 사람의 것에 가깝다. 괴상하기만 하다."

 

*

 

田騈亦然 學於彭蒙 得不敎焉

전병역연 학어팽몽 득불교언

전병도 그랬다. 그는 팽몽에게 배웠는데, 가르침을 얻지 못했다.

 

彭蒙之師曰

팽몽지사왈

팽몽이 가르쳐 말했다.

 

古之道人 至於莫之是莫之非而已矣

고지도인 지어막지시막지비이이의

"옛날의 도인들은 그런 것도 없고 아닌 것도 없었다."

 

其風窢然 惡可而言

기풍획연 오가이언

그(전병)는 바람이 휙 부는 듯했으니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常反人 不見觀 而不免於魭斷

상반인 불견관 이불면어완단

(전병은) 늘 인정에 어긋나고 주관이 없어서 두루뭉술함을 면치 못했다.

 

其所謂道 非道 而所言之韙 不免於非

기소위도 비도 이소언지위 불면어비

그가 도라고 한 것은 도가 아니었고, 그가 옳다고 한 것은 옳지 않았다.

 

*

 

彭蒙田騈愼到不知道 雖然 槪乎皆嘗有聞者也

팽몽전병신도불지도 수연 개호개상유문자야

팽몽· 전병· 신도는 도를 몰랐다. 다만 얻어들은 게 있었다.

 

*

 

* 當(당)= 여기서는 '맞다' '맞추다'.

* 易[이]= 여기서는 '평탄하다'.

* 主(주)= 여기서는 '주장하다'.

* 趣(취)= 향하여 가다.

* 覆[부]= 덮다.

* 載(재)= 싣다. 떠받치다.

* 辨(변)= 분별하다.

* 徧(편)= 두루 통하다.

* 遺(유)= 남기다. 버리다.

* 緣(연)= 좇다. 따르다.

* 不得已(불득이)= 부득이하다. 어쩔 수 없다.

* 泠汰(령태)= 맑다.

  泠(령)= 맑다.

  汰(태)= 여기서는 '씻다'.

* 薄(박)= 얇다. 여기서는 '가까이하다(접근하다)'.

* 傷(상)= 여기서는 '근심하다'.

* 謑髁(혜화)= 바르지 않다.

  謑(혜)= 바르지 않다.

  髁[화]= 바르지 않다.

* 尙(상)= 여기서는 '숭상하다'.

* 縱(종)= 여기서는 '방종하다'.

* 非天下之大聖(비천하지대성)의 非(비)= 비난하다.

* 椎拍輐斷(추박완단)= 망치로 두드려 모서리를 둥그스름하게 하다.

  椎(추)= 망치. 방망이.

  拍(박)= 치다. 두드리다.

  輐(완)= 모(각)가 나지 않다.

  斷(단)= 끊다.

* 宛轉(완전)= 구르다.

  宛(완)= 완연하다. 여기서는 '누워 뒹굴다'.

* 苟(구)= 여기서는 '구차하다' '겨우'.

* 不師智慮(불사지려)의 師(사)= 배우다. 본받다.

* 巍(외)= 높다.

* 還[선]= 돌다.

* 旋(선)= 돌다.

* 磨石(마석)= 맷돌.

  磨(마)= 갈다.

* 隧(수)= 1. 굴. 2. 길. 3. 돌다.

* 譽(예)= 명예. 평판.

* 塊(괴)= 덩이.

* 彭蒙之師曰(팽몽지사왈)의 師(사)= 가르치다.

* 窢(획)= 바람이 휙 불다.

* 魭(완)= 모(각)가 나지 않다.

* 韙(위)= 옳다. 바르다.

* 槪(개)= 대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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