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일생

17. 갈릴래아

정덕수 2023. 5. 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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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수는 갈릴래아 지방을 두루 돌아다녔다. 요한 교단에서 알고 지내던 이들이 귀향해서 곳곳에 살고 있었다. 잠을 자고 밥을 얻어먹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옛 동료들을 만나면 지난 추억을 이야기하고, 지금 살아가는 형편을 이야기하고 , 또 자연스레 나라 정세를 이야기했다. 요한에 대한 얘기도 많이 했다. 감옥에서 고생하고 있을 것에 걱정들을 했다.

이 갈릴래아 지역이 유다의 영역에 합병된 지는 세월이 오래되지 않았다. 갈릴래아인들은 여전히 유다의 방식이 낯설고 불편했다.

이른바 식사 예절만 하더라도 그랬다. 유다인은 식사를 하기 전에 손을 씻고, 식사 중에 웃거나 떠들지 않고, 식사를 마치면 깨끗이 설거지를 한 후에 그릇을 잘 치워둔다고 했다.

갈릴래아인은 달랐다. 갈릴래아인들은 밥을 먹을 때 웃고 떠들고 마시고 즐겼다. 설거지는 대충 끝냈다. 물이 귀했다. 사실 그릇이라 할 만한 게 없었다.

 

*

2.

 

갈릴래아 사람들은 유다인이 정결스러운 체하며 깔끔을 떠는 꼴을 못봐 주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한 것은 그들의 이른바 율법이었다.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자지의 포피를 잘라라느니, 이레에 하루는 일을 하지 말고 먹지도 말라느니.. 뭐하는 짓인지 몰랐다. 거기에다 심지어 절기에 맞춰 예루살렘의 성전을 찾아보라고 했다. 농사 짓고 먹고 살기 바쁜데 어느 겨를에? 무슨 돈이 남아 돌아서?

상대편에 대해 심사가 불편한 것은 유다인들 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다인들이 흔히 사마리아인을 이방인으로 부른다고 하지만, 갈릴래아에 대한 대접도 낫지 않았다. 애초에 저런 것을 왜 우리한테 합쳐 놓았는지 모르겠다고 자기네들 모인 자리에서 푸념을 했다.

 

*

3.

 

예수가 나던 해 즈음에 갈릴래아에서 주민들의 큰 폭동이 있었다. 느닷없이 로마의 시리아 방면군이 출동해 폭동을 진압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큰길가에 십자가를 늘어세우고, 십자가마다 시체를 하나씩 달아놓았는데.. 사람들은 그 밑을 눈을 가리고 코를 가리고 다녔다.

그후에도 소요가 빈발했다. 그때마다 헤로데 안티파스의 군대가 개입했다. 좌로 우로 뛰어다니는 안티파스 군대의 뒤에서 말 탄 로마 군인이 손가락을 세워들고 지휘하는 것을 주민들은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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