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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갈릴래아를 떠나 이곳으로 온 어느날, 스승은 갑작스레 내가 이제까지 하던 일을 그만두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지극히 섭섭하고 슬프기까지 했지만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장부를 스승께 내드렸다.
며칠 후 나는 자매의 동생인 마리아가 내가 하던 일을 맡아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의아했다. 이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더욱이 마리아가 할 일이 아닌데···. 제자 중에서는 글쎄 마태오(레위)라면 모를까. 마태오는 그래도 전직이 세리였다고 하니까.
그리고 며칠 후 나는 마리아가 스승의 머리와 발을 씻는 향유를 사는 데 삼십 데나리온이나 되는 돈을 썼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은 한 가족이 한달을 살아갈 만한 돈이다.
아니, 단체의 살림을 이렇게 함부로 살다니…. 나는 마리아에게 돈을 그렇게 허투루 쓰면 안 된다고 일러주었다. 마리아는 샐쭉해져서 뭐라고 쫑알거렸다.
다음날 스승이 나를 부르더니 말씀하셨다. "유다야, 마리아를 내버려 두어라. 내가 그만한 대접을 못 받을 처지냐? 그러는 너는 나를 위해 이제껏 무엇을 했더냐?"
스승이 변했다. 내가 알던 스승은 이렇지 않았는데···. 기회 있을 때마다 가난한 삶의 가치를 강조하던 스승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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