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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수는 유랑 시절에 의약을 좀 배워둔 게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던지 병이 난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거절하고 돌려보내곤 했지만 아파서 다급해하는 사람들을 결국에는 외면할 수 없었다.
당시 사람들은 질병을 인간 죄악에 대한 하늘의 징벌로 여겼다. 예수는 그것은 그렇지 않다고 보았다. 병은 신체의 질환이요, 따라서 신체 내부의 문제일 따름이었다. 예수는 일찍이 선진 지역을 유랑하며 그런 상식을 배워 터득했다.
그리고 예수는 병은 정신적· 심리적 요인이 크다고 보았다. 병이 나는 것도 그렇고, 병이 낫는 것도 그렇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질책이 아니라 따뜻한 위로이고, 죄책감이 아니라 정서적 안정이다.
예수는 환자와 몸으로 부딪쳤으며 환자의 몸에 직접 손을 댔다. 눈 아픈 사람의 눈을 뒤집어 보고, 귀 아픈 사람의 귓속을 들여다 보고, 피부병을 손으로 만졌다. 예수 앞에 선 환자들은 그것만으로도 벌써 병이 낫는 기분이었다.
어느덧 예수는 명의로 소문이 났다. 못 고치는 병이 없더라고 사람들이 떠들었다. 이러다가 나중에는 죽은 사람을 살려내더라고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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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질병 치료는 전통적으로 사제들의 전문이자 독점 직종이었다. 사제들은 관례에 따라 돈과 예물을 받았다. 그러나 예수는 거의 공짜로 해주었다. 그래서 인기가 더욱 좋았던 건지 모른다. 그런데 예수는 그것이 말썽을 일으키지 않을까 염려되어, 치료 받은 사람들에게 사제들이 알지 못하게 하라고 당부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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