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20. 산목... 2

정덕수 2025. 2. 21. 08:08

*

 

市南子見魯侯 魯侯有憂色

시남자견로후 로후유우색

시남자가 노나라 임금을 만나니, 임금에게 슬픈 기색이 있었다.

 

市南子曰

시남자왈

시남자가 말했다.

 

君有憂色 何也

군유우색 하야

"임금께 슬픈 기색이 있으니 웬일입니까?"

 

魯侯曰

로후왈

임금이 말했다.

 

吾學先王之道 修先君之業 吾敬鬼尊賢 親而行之 無須臾離居 然不免於患 吾是以憂

오학선왕지도 수선군지업 오경귀존현 친이행지 무수유리거 연불면어환 오시이우

"나는 선왕의 도를 배우고 선조의 사업을 닦았다. 나는 귀신을 공경하고 현인을 존중하고, 친교를 실행하며 잠시도 벗어나지 않았는데.. 환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래서 슬프다."

 

市南子曰

시남자왈

시남자가 말했다.

 

君之除患之術 淺矣

군지제환지술 천의

"임금께서 환난을 없애는 기술이 얄팍합니다.

 

豊狐文豹 棲於山林 伏於巖穴 靜也

풍호문표 서어산림 복어암혈 정야

살집 좋은 여우와 털 좋은 표범이 산에 살면서 바위굴에 납작 엎드리는 것은 정적을 위해서입니다. 

 

夜行晝居 戒也

야행주거 계야

밤에 다니고 낮에 틀어박히는 것은 경계를 위해서입니다.

 

雖飢渴隱約 胥疏於江湖之上而求食焉 定也

수기갈은약 서소어강호지상이구식언 정야

굶주리고 목마르고 갑갑하더라도 사람 없는 데로 물러나 먹이를 찾는 것은 안정을 위해서입니다. 

 

然且不免於網羅機辟之患 是何罪之有 其皮爲之災也

연차불면어망라기벽지환 시하죄지유 기피위지재야

그런데도 그물과 덫에 걸리는 환난을 면치 못하니, (여우와 표범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그들의 가죽이 화근입니다.

 

今魯國獨非君之皮邪

금로국독비군지피야

지금 노나라는 임금님의 가죽이 아닐까요?

 

吾願 君刳形去皮 洗心去欲 而遊於無人之野

오원 군고형거피 세심거욕 이유어무인지야

바라건대 임금님은 몸을 갈라 가죽을 벗고, 마음을 씻고 욕심을 버리고, 사람 없는 들판에서 노니십시오.

 

南越有邑焉 其民愚而樸 少私而寡欲

남월유읍언 기민우이박 소사이과욕

월나라 남쪽에 도읍이 있는데, 그 백성은 소박하고 욕심이 없습니다. 

 

知作而不知藏 與而不求其報

지작이불지장 여이불구기보

경작을 하지만 저장할 줄 모르고, 남에게 주고는 돌려받지 않습니다. 

 

不知義之所適 不知禮之所將

불지의지소적 불지례지소장

의가 어떠한지 모르고, 예가 어떠할지 모릅니다.  

 

猖狂妄行 乃蹈乎大方

창광망행 내도호대방

마구 행하고, 거침없이 걷습니다. 

 

其生可樂 其死可藏

기생가락 기사가장

살아서 즐기고, 죽어서 땅에 묻힙니다.

 

吾願 君去國捐俗 與道相輔而行

오원 군거국연속 여도상보이행

바라건대 임금께서는 나라와 세상을 버리고 도와 함께 나아가십시오."

 

魯侯

로후왈

임금이 말했다.

 

彼其道遠而險 又有江山 我無舟車 奈何

피기도원이험 우유강산 아무주거 내하

"그 길은 멀고 험하고, 강과 산이 가로놓여 있는데.. 나는 배도 수레도 없으니 어쩌랴?"

 

市南子曰

시남자왈

시남자가 말했다.

 

君無形倨 無留居 以爲舟車

군무형거 무류거 이위주거

"임금님은 으스대지 않고 지체하지 않는 걸로 배와 수레로 삼으십시오." 

 

魯侯

로후왈

임금이 말했다.

 

彼其道幽而無人 吾誰與爲隣 吾無糧無食 安得而至焉

피기도유이무인 오수여위린 오무량무식 안득이지언

"그 길은 어둡고 통행이 없으니 내가 누구와 동반하랴? 나는 식량도 음식도 없는데 어떻게 그곳에 이르랴?"

 

市南子曰

시남자왈

시남자가 말했다.

 

少君之費 寡君之欲 雖無糧而乃足

소군지비 과군지욕 수무량이내족

"임금님의 소비와 욕심을 줄이면 식량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君其涉於江而浮於海 望之而不見其涯 愈往而不知其所窮

군기섭어강이부어해 망지이불견기애 유왕이불지기소궁

임금님이 강을 건너 바다를 떠가면 물가는 보이지 않고, 가면 갈수록 어딘지 모르게 됩니다.

 

送君者 皆自涯而反 君自此遠矣

송군자 개자애이반 군자차원의

임금님을 송별한 자들이 모두 물가에서 돌아가면 임금님은 이제 멀어집니다. 

 

有人者累 見有於人者憂 故堯非有人 非見有於人也

유인자루 견유어인자우 고요비유인 비견유어인야

남을 쓰는 자는 걱정하고, 남에게 쓰이는 자는 근심합니다. 그래서 요는 남을 쓰지 않고, 남에게 쓰이지도 않았습니다.

 

吾願 去君之累 除君之憂 而獨與道遊於大漠之國

오원 거군지루 제군지우 이독여도유어대막지국

바라건대 임금님의 걱정과 근심을 없애고, 도의 나라에서 조용히 지내십시오."

 

*

 

* 須臾(수유)= 아주 짧은 시간.

* 隱約(은약)= 제약. 속박.

* 胥疏(서소)= 뜸하다. 멀찍하다.

  胥(서)= 여기서는 '기다리다'.

  疏(소)= 여기서는 '멀다'.

* 羅(라)= 그물.

* 機辟(기벽)= 덫.

* 刳(고)= 가르다. 째다.

* 不知藏(불지장)의 藏(장)= 저장하다.

* 猖(창)= 미치다.

* 蹈(도)= 밟다.

* 大方(대방)= '도' 같은 것을 가리킨다.

* 其死可藏(기사가장)의 藏(장)= 땅에 묻다.

* 捐(연)= 버리다.

* 輔(보)= 거들다.

* 倨(거)= 거만하다.

* 安得而至焉(안득이지언)의 安(안)= 어찌.

* 愈(유)= 더욱.

* 累(루)= 묶다. 묶이다. 여기서는 '걱정'.

* 大漠(대막)= '도' 같은 것을 가리킨다.

  漠(막)= 넓다. 어둡다. 조용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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