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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 본부를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언명했을 때, 그 자리에서 아무도 다른 의견을 말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갑작스러운 발표였다. 최근에 스승이 초조해하며 무언가에 내몰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는 했지만, 그것이 이것이었던가?
며칠을 숙고한 후 나는 스승을 찾아뵙고, 그 계획에 동반하는 몇가지 문제점을 말씀 드렸다. 덧붙여 우리가 이곳 갈릴래아에 정착하기 위해 현재 초막을 세 채 짓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렸다. 그중 한 채는 온전히 스승이 주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스승은 버럭 화를 냈다. "베드로야, 너는 작은 것만 보고 큰 것을 보지 못하는구나. 베드로야, 네가 나를 모르는구나. 너는 나를 돕는 자가 아니구나."
나는 스승의 면전에서 다소곳이 물러나왔다.
예루살렘이 어떤 곳인가? 예루살렘이 거룩하기라도 한가? 예루살렘이 약속의 땅이기라도 한가? 구원의 땅이기라도 한가?
아니다. 아니다. 그곳은 많은 예언자들이 피를 흘린 곳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을 두고 수많은 백성들이 애꿎게 짓밟히고 쫓겨난 곳이다.
우리가 예루살렘으로 간다고? 우리가 예루살렘으로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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