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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 혹은 엘리의 아들인 요셉이란 아이를 미아로 보호하고 있다고 사방 이웃 마을에 통지를 띄웠으나 아무도 아이를 찾아가지 않았다. 결국 아이는 동네에서 공동으로 떠맡았다. 집집이 돌아가며 먹이고, 입히고, 재웠다.
아이는 탈 없이 자랐다. 다만 숫기가 부족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또래들과 어울려도 뒷전으로 돌았다. 그런 아이를 보고 동네 사람들은 '착한 요셉'이라고 불렀다.
요셉은 그럭저럭 동네 머슴으로 컸다. 일거리가 있는 데면 어디든 불려가 부쳐먹었다. 머리 쓰는 것이 별로 똘똘하지 않고 힘이 튼튼하지 않은 데 비하면 손끝은 야무진 편이었고 무엇보다 근면했다.
동네에서 새는 지붕, 무너진 담, 뚫린 벽, 찌그러진 문짝은 다 요셉의 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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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집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지난해 가을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반 년을 더 사신 셈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할아버지는 생의 의욕을 잃으신 듯 보였다.
요셉은 "부부란 함께 살다가 함께 죽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조문차 들른 마을 어른이 이렇게 말했다. "죽음은 슬퍼할 일이 아닙니다. 사람은 잠시 이세상에 왔다가 죽음으로써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뿐입니다."
요셉이 물어보았다. "부부는 본래 같은 곳에서 왔습니까, 다른 곳에서 왔습니까? 죽으면 같은 곳으로 갑니까, 다른 곳으로 갑니까? 부모와 자식은 어떤지요? 형제는 어떤지요?"
마을 어른은 "글쎄, 그런 것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하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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