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속 한자어

鳩와 鷗

정덕수 2020. 1. 18. 06:55

*


鳩(구)는 비둘기이다.

전서구(傳書鳩)= 편지 전하는 비둘기.


鷗(구)는 갈매기이다.

백구(白鷗)= 흰 갈매기.


鳩는 성북동이 생각난다. 鷗는 압구정동(狎鷗亭洞)이 생각난다.


*


성북동 비둘기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비둘기들은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비둘기들은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주민들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한 바퀴 휘돌아 난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먹을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비둘기들은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의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에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인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김광섭, 1969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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