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19. 달생... 15

정덕수 2025. 2. 20. 07:26

*

 

桓公於澤 管仲御 見鬼焉

환공전어택 관중어 견귀언

환공이 숲에서 사냥을 할 때에 관중이 수레를 몰았는데, (환공은) 귀신을 보았다.

 

公撫管仲之手曰

공무관중지수왈

환공이 관중의 손을 잡고 말했다.

 

仲父何見

중부하견

"그대는 무얼 보았는가?"

 

管仲對曰

관중대왈

관중이 말했다. 

 

臣無所見

신무소견

"저는 본 것이 없는데요."

 

公反 誒詒爲病 數日不出

공반 희태위병 수일불출

환공은 돌아와서 시름시름 병이 나서 며칠째 틀어박혔다.

 

齊士有皇子者曰

제사유황자자왈

제나라에 황자라는 인사가 있었는데 그가 말했다.

 

公則自傷 鬼惡能傷公

공즉자상 귀오능상공

"공은 스스로 다쳤습니다. 귀신이 어찌 공을 해치겠습니까?

 

夫忿滀之氣 散而不反 則爲不足 上而不下 則使人善怒 下而不上 則使人善忘 不上不下 中身當心 則爲病

부분축지기 산이불반 즉위불족 상이불하 즉사인선노 하이불상 즉사인선망 불상불하 중신당심 즉위병

뭉쳐진 기운이 흩어져서 돌아오지 않으면 부족하게 되고,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으면 사람을 성나게 하고, 내려가서 올라오지 않으면 자꾸 잊어먹게 하고,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으면서 신심을 건드리면 병이 됩니다."

 

公曰

공왈

환공이 말했다.

 

然則有鬼乎

연즉유귀호

"그렇다면 귀신이 있는가?"

 

皇子

황자왈

황자가 말했다.

 

"있습니다.

 

沈有履 竈有髻 戶內之煩壤 雷霆處之 東北方之下者 倍阿鮭蠪躍之 西北方之下者 泆陽處之 水有罔象 丘有峷 山有夔 野有彷徨 澤有委蛇

침유리 조유결 호내지번양 뢰정처지 동북방지하자 배아규롱약지 서북방지하자 일양처지 수유망상 구유신 산유기 야유방황 택유위이

구덩이에는 이(履)가 있고, 부엌에는 결(髻)이 있고, 집안의 흙더미에는 뇌정(雷霆)이 있습니다. 동북방 구석에는 배아규롱(倍阿鮭蠪)이 들뛰고, 서북방 구석에는 일양(泆陽)이 있습니다. 강에는 망상(罔象)이 있고, 언덕에는 신(峷)이 있고, 산에는 기(夔)가 있고, 들에는 방황(彷徨)이 있고, 숲에는 위이(委蛇)가 있습니다."

 

公曰

공왈

환공이 말했다.

 

請問 委蛇之狀 何如

청문 위이지상 하여

"위이의 생김새는 어떤가?" 

 

皇子曰

황자왈

황자가 말했다.

 

委蛇 其大如轂 其長如轅 紫衣而朱冠 其爲物也 惡聞雷車之聲 則捧其首而立 見之者殆乎覇

위이 기대여곡 기장여원 자의이주관 기위물야 오문뢰거지성 즉봉기수이립 견지자태호패

"위이는 크기가 바퀴통 같고, 길이가 끌채 같고, 자주색 옷을 입고 붉은 모자를 씁니다. 그 성질은 수레 소리를 듣기 싫어해서 머리를 쳐들고 일어서는데, 그것을 본 사람은 패자가 될 겁니다."

 

桓公辴然而笑曰

환공진연이소왈

환공이 껄껄 웃고 말했다.

 

此寡人之所見者也

차과인지소견자야

"그것이 내가 본 거야."

 

於是正衣冠 與之坐 不終日而不知病之去也

어시정의관 여지좌 불종일이불지병지거야

이에 (환공은) 의관을 갖추고 신하들과 둘러 앉았는데, 그날 중에 병이 낫는 줄도 모르더라.

 

*

 

* (전)= 사냥하다.

* 澤(택)= 여기서는 '숲'.

* 御(어)= 어거하다(수레를 몰다).

* 仲父(중부)= 임금이 친애하는 대신을 부르는 호칭.

* 誒詒(희태)= 기운이 빠진 모양.

  誒(희)= 여기서는 '느른하다'.

  詒[태]= 여기서는 '게으르다'.

* 忿(분)= 성내다.

* 滀(축)= 모이다. 발끈하다.

* 善(선)= 여기서는 '[부사] 곧잘'.

* 中(중)= 여기서는 '맞다' ''맞히다'.

* 煩壤(번양)= 흙더미. 잡동사니.

  煩(번)= 어지럽다.

  壤(양)= 흙. 땅.

* 轂(곡)= 바퀴통(바퀴의 살이 가운데로 모이는 부분).

* 轅(원)= 끌채(수레의 양쪽 앞에서 팔처럼 길게 내뻗은 부분으로 우마의 멍에에 연결한다).

* 殆(태)= 여기서는 '거의' '아마'.

* 覇(패)= 패자.

* 辴(진)= 웃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