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18. 지락... 15

정덕수 2025. 2. 17. 08:42

*

 

莊子之楚 見空髑髏 髐然有形

장자지초 견공촉루 효연유형

장자가 초나라에 가는 길에 해골을 보았는데, 앙상한 백골이었다.

 

撽以馬捶 因而問之曰

교이마추 인이문지왈

(장자가) 말채찍으로 치고 물었다.

 

夫子貪生失理 而爲此乎 將子有亡國之事 斧鉞之誅 而爲此乎 將子有不善之行 遺父母妻子之醜 而爲此乎 將子有凍餒之患 而爲此乎 將子之春秋故 及此乎

부자탐생실리 이위차호 장자유망국지사 부월지주 이위차호 장자유불선지행 유부모처자지추 이위차호 장자유동뇌지환 이위차호 장자지춘추고 급차호

"그대는 삶을 탐하다가 도리를 잃어서 이렇게 되었는가? 나라를 망친 일로 처형을 당해서 이렇게 되었는가? 못된 짓으로 부모와 처자에게 오명을 끼치고 이렇게 되었는가? 얼고 굶주리는 환난을 당해서 이렇게 되었는가? 아니면 나이 먹고 늙어서 이렇게 되었는가?"

 

於是語卒 援髑髏 枕而臥

어시어졸 원촉루 침이와

(장자는) 말을 마치고 해골을 당겨 베고 누웠다.

 

夜半 髑髏見夢曰

야반 촉루현몽왈

밤중에 해골이 꿈에 나타나서 말했다. 

 

子之談者似辯士 視子所言 皆生人之累也 死則無此矣

자지담자사변사 시자소언 개생인지루야 사즉무차의

"당신 말하는 것이 꼭 이야기꾼 같더군요. 당신 말을 보면 모두 산 사람의 걱정입니다. 죽으면 이런 것이 없습니다.

 

子欲聞死之說乎

자욕문사지설호

당신은 죽음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까?" 

 

莊子曰

장자왈

장자가 말했다.

 

"그러지."

 

髑髏曰

촉루왈

해골이 말했다.

 

死無君於上 無臣於下 亦無四時之事 從然以天地爲春秋 雖南面王樂 不能過也

사무군어상 무신어하 역무사시지사 종연이천지위춘추 수남면왕락 불능과야

"죽으면 위에 임금이 없고, 아래에 신하가 없습니다. 사계절 같은 것은 없고, 가만히 자연에 따라 나이를 먹습니다. 남면하는 임금의 즐거움일지라도 이보다 못합니다."

 

莊子不信曰

장자불신왈

장자가 미심쩍어 말했다.

 

吾使司命復生子形 爲骨肉肌膚 反子父母妻子閭里知識 子欲之乎

오사사명부생자형 위골육기부 반자부모처자려리지식 자욕지호

"내가 저승사자를 불러 그대의 형체를 살리고 뼈와 살을 붙여서 부모· 처자· 이웃· 친지에게 돌려보내겠다면 그대는 따를 것인가?"

 

髑髏深矉蹙頞曰

촉루심빈축알왈

해골이 잔뜩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吾安能棄南面王樂 而復爲人間之勞乎

오안능기남면왕락 이부위인간지로호

"내가 어찌 남면하는 임금의 즐거움을 버리고 다시 인간의 수고를 하겠습니까?"

 

*

 

* 髑髏(촉루)= 해골. 죽은 사람의 머리뼈(두개골).

  髑(촉)= 해골.

  髏(루)= 해골.

* 髐(효)= 백골.

* 撽(교)= 치다. 때리다.

* 捶(추)= 채찍.

* 將(장)= 여기서는 '또' '또는'.

* 斧(부)= 도끼.

* 鉞(월)= 도끼.

* 誅(주)= 베다. 벌 주다.

* 醜(추)= 여기서는 '수치'.

* 餒(뇌)= 굶주리다.

* 春秋(춘추)= 세월. 나이.

* 故(고)= 여기서는 '탓' '때문'.

* 累(루)= 누. 폐. 걱정.

* 南面(남면)= 임금의 좌향.

* 司命(사명)= 사신(死神). 저승사자.

  司(사)= 맡다.

  命(명)= 목숨.

* 閭(려)= 이문(里門). 마을.

* 知識(지식)= 친지.

* 矉(빈)= 눈을 찌푸리다.

* 蹙(축)= 줄다. 줄이다. 여기서는 '오므리다' '찡그리다'.

* 頞(알)= 콧대. 콧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