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천운... 21B
*
子貢遂以孔子聲見老聃
자공수이공자성견로담
자공은 이윽고 공자의 이름을 대고 노담을 만났는데,
老聃方將踞堂 而應微曰
로담방장거당 이응미왈
노담은 방에 웅크리고 앉아 시큰둥하게 말했다.
予年運而往矣 子將何以戒我乎
여년운이왕의 자장하이계아호
"나도 세상을 꽤 살아왔는데, 그대는 무엇으로 나를 가르치려오?"
子貢曰
자공왈
자공이 말했다.
三皇五帝之治天下不同 其係聲名一也 而先生獨以爲非聖人 如何哉
삼황오제지치천하불동 기계성명일야 이선생독이위비성인 여하재
"삼황오제가 천하를 다스리는 게 달랐으나 명성에 있어서는 한가지였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들이 성인이 아니었다고 하니 어찌된 겁니까?"
老聃曰
로담왈
노담이 말했다.
子何以謂不同
자하이위불동
"그대는 어째서 달랐다고 하는가?"
子貢曰
자공왈
자공이 말했다.
堯授舜 舜授禹 禹用力 湯用兵 文王順紂而不敢逆 武王逆紂而不肯順 故曰不同
요수순 순수우 우용력 탕용병 문왕순주이불감역 무왕역주이불긍순 고왈불동
"요는 순에게 물려주고, 순은 우에게 물려주고.. 우는 민간의 힘을 쓰고, 탕은 군대를 쓰고.. 문왕은 주(紂)에 순종해서 거역하지 않았고, 무왕은 주에 거역해서 순종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달랐다고 했습니다."
老聃曰
로담왈
노담이 말했다.
小子少進 余語汝
소자소진 여어여
"여보게, 가까이 오게. 내가 말해주겠네.
黃帝之治天下 使民心一 民有其親死不哭 而民不非也
황제지치천하 사민심일 민유기친사불곡 이민불비야
황제(黃帝)가 천하를 다스린 것은 민심을 하나로 하여서, 백성이 자기 부모의 죽음에 곡을 하지 않아도 남들이 비난하지 않았네.
堯之治天下 使民心親 民有爲其親殺其殺 而民不非也
요지치천하 사민심친 민유위기친살기살 이민불비야
요가 천하를 다스린 것은 민심을 효성스럽게 하여서, 백성이 그 어버이를 위해 살인을 해도 남들이 비난하지 않았네.
舜之治天下 使民心競 孕婦十月生子 子生五月而能言 不至乎孩而始誰 則人始有夭矣
순지치천하 사민심경 잉부십월생자 자생오월이능언 불지호해이시수 즉인시유요의
순이 천하를 다스린 것은 민심을 다투게 하여서.. 임산부가 열 달만에 아이를 낳고, 아이가 나서 다섯 달에 말을 하는데.. 아이를 제대로 알아보기도 전에 일찍 죽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네.
禹之治天下 使民心變 人有心而兵有順 殺盜非殺 人自爲種而天下耳
우지치천하 사민심변 인유심이병유순 살도비살 인자위종이천하이
우가 천하를 다스린 것은 민심을 변하게 하여서.. 사람들이 거역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군대에 순종하고, 살인 도둑이 살인을 비난하고, 사람들이 제멋대로 세상을 살아갔네.
是以天下大駭 儒墨皆起 其作始也有倫 而今乎歸
시이천하대해 유묵개기 기작시야유륜 이금호귀
이래서 세상이 깜짝 놀라 유가와 묵가가 일어났는데, 처음에는 질서가 있었지만 결국 도루묵이 됐네.
汝何言哉
여하언재
그대는 할 말이 있는가?
三皇五帝之治天下 名曰治之 而亂莫甚焉
삼황오제지치천하 명왈치지 이란막심언
삼황오제가 천하를 다스린 것은 말이 다스림이지 혼란이 막심했네.
三皇之智 上悖日月之明 下睽山川之精 中墮四時之施 是憯於厲蠆之尾
삼황지지 상패일월지명 하규산천지정 중휴사시지시 시참어려채지미
삼황의 지혜는 위로는 일월의 밝음을 어그러뜨리고, 아래로는 산천의 정기를 외면하고, 가운데로는 사계절의 추이를 무너뜨렸으니.. 전갈의 꼬리보다 참혹했네.
鮮規之獸 莫得安其性命之情者 而猶自以爲聖人 不可恥乎 其無恥也
선규지수 막득안기성명지정자 이유자이위성인 불가치호 기무치야
하찮은 짐승(인간)이 제 본성도 안정시키지 못하는 주제에 성인인 체하니 그 뻔뻔스러움이 부끄럽지 않은가?"
子貢蹵蹵然立不安
자공축축연립불안
자공은 깜짝 놀라 불안하게 서있었다.
*
* 踞(거)= 웅크리다. 발 뻗고 앉다.
* 民不非也(민불비야), 殺盜非殺(살도비살)의 非(비)= 비난하다.
* 孕(잉)= 아이를 배다.
* 孩(해)= 아이.
* 種(종)= 씨를 뿌리다. 여기서는 '펴다'.
* 駭(해)= 놀라다.
* 悖(패)= 어그러지다.
* 睽(규)= 외면하다.
* 墮[휴]= 여기서는 '무너뜨리다'.
* 施(시)= 베풀다. 옮다.
* 憯(참)= 비통하다.
* 厲(려)= 사납다.
* 蠆(채)= 전갈.
* 鮮規之獸(선규지수)= 하찮은 짐승, 즉 사람을 가리킨다.
鮮(선)= 여기서는 '적다'.
規(규)= 바로잡다.
* 蹵(축)= 놀라다.
*